지우면 드러나는
외곽을 잘라낸 무늬는 녹슬어 있고 흩뿌려져 있고 번져 있다. 외곽이 뚜렷한 사물로 보면 그냥 오래된 전봇대요 낡은 시설물일 뿐인데, 가까이 더 가까이 그 안쪽만을 포착하면 거기엔 마치 별들의 향연과도 같은 것이 수 놓여 있다. 문득 깨닫게 된다. 우주도 사실 이런 식으로 형성된 거겠구나. 우주도 시간의 흐름으로 인한 녹슮, 흩뿌려짐, 번짐으로 그런 모습이 된 거겠구나. 그렇게 보니 눈앞의 무늬가 우주와 닮아 있었다. 그래, 사실 여기도 우주는 우주였다. 외곽을 지우면 드러나는 게 있다. (23. 4. 8.)
타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