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이토록
“몇 분이세요”와 “깔깔깔깔깔”. 공사장의 둥둥둥둥 두들기는 소리와 선거 차량마냥 지나가는 요란한 트럭. 볼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뒤에서 들려오는 어느 유튜버의 방송 멘트. 그 옆에는 아이와 엄마의 티키타카 대화. 아직도 “깔깔깔깔깔”거리는, 이제는 코 먹음까지 합세한 웃음소리. 구두와 운동화의 합장과 그릇 겹치는 소리. 간판을 붙였다 떼어 드러난, 마구잡이로 풀칠된 접착제. 하늘색 바닥에는 어제 내린 소낙비의 산증인 웅덩이. 알 길 없는 유행가, 소리 없는 신발. 잠깐의 거리에도 이토록 풍부한 거리가. (23.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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