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오래된
분명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던 골목인데 순식간에 알지 못하는 곳에 도달했다. 거기엔 오래된 음료수 자판기가 있었다. 몸통엔 하늘색 바탕에 덕지덕지 테이프가, 앞면엔 프린트된 옛 흑백 영화의 흐릿흐릿한 장면이. 제대로 된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곳을 벗어나니 “냉장고, 가전제품 팔아요” 하는 녹음된 목소리가 들렸다. 트럭 안에는 녹음된 목소리를 나 몰라라 하는 듯한 아저씨의 태연함이 있었다. 한 손은 핸들에, 다른 팔은 창틀에 올린 채. (23. 3. 22.)
타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