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개성 있는
은연중에 무의미한 무늬라고 생각했던 것이 생각보다 하나의 지표 역할을 해서 놀랐다. 사진으로 한 번 담아냈던 얼룩은 개성으로 살아났다. 깊이 산책하다 보면 여기가 어딘지 더 이상 모르겠을 때가 있는데, 오늘은 와중에 익숙한 얼룩이 새겨진 벽면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길을 찾아냈다. 얼마 전에 찍었던 부분이었다. 무슨 도로명 주소, 뚜렷한 간판이 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모호한 얼룩일 뿐인데 그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니. 그러고 보면 진짜 똑같은 얼룩은 없다. 아주 똑같다고 생각했던 얼룩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가 사실은 개성이 있는 것이다. 그들을 통해 길을 찾아낼 정도로. (2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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